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꽤 아팠습니다. 영화 아담(2009)은 바로 그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사랑을 통해 자신만의 닫힌 세계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표현이 어색한 모든 사람에게 조용한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 그리고 서툰 사람들의 진짜 문제
영화의 주인공 아담 레기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의 한 유형으로, 지적 능력과 언어 발달은 정상적이지만 사회적 상호작용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농담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표정이나 어조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것을 몹시 힘들어합니다.
아담은 뛰어난 엔지니어이지만 직장에서도,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늘 어딘가 어긋납니다. 천체물리학에 관해서라면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오늘 기분 어때요?"라는 말 한마디에는 뚝딱거립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 저 사람 나랑 비슷한데?"였습니다. 저도 40대 아빠로서 아내와 두 딸아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제때 알아채지 못하고, 위로보다 해결책을 먼저 내밀다가 핀잔을 듣는 일이 일상입니다.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2%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미국정신의학회). 아담은 그 스펙트럼 위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고, 이 영화는 그런 사람을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그려냅니다. 그 시선 자체가 이미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만약 가족이나 연인이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영화가 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담의 행동 패턴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무관심한 게 아니라 표현 방식이 다른 거구나"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실 플라네타륨, 그리고 저의 거실 캠핑 소동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담이 베스를 위해 자신의 거실을 플라네타륨으로 만드는 장면입니다. 플라네타륨(Planetarium)이란 돔형 천장에 별과 은하를 투영하여 밤하늘을 재현하는 시설을 의미하는데, 아담은 이 방식을 그대로 자신의 거실에 구현해 베스에게 선물합니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우주를 꺼내어 보여주는 것으로.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저는 몇 달 전 저희 집에서 벌어진 거실 캠핑 소동을 떠올리며 혼자 낄낄거리고 말았습니다. 그날은 두 딸아이가 손꼽아 기다리던 첫 가족 캠핑이 폭우로 취소될 위기에 처한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입이 댓 발이나 나왔고, 아내는 제가 뭔가 센스 있는 행동을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담처럼 오직 '물리적 해결'에만 집착했습니다.
말없이 창고로 달려가 흙먼지 묻은 거대한 텐트를 질질 끌고 오더니, 기어코 좁은 거실 한가운데에 낑낑대며 텐트를 쳤습니다. 거실을 꽉 채운 텐트 때문에 TV도 볼 수 없었고, 화장실을 가려면 텐트를 타 넘어야 하는 기가 막힌 난장판이 됐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급하게 산 만 원짜리 오로라 무드등을 천장에 쏘아 올렸는데, 낭만은커녕 모터 돌아가는 달달달 소리가 텐트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3초간 정적을 지키다가 배를 잡고 굴렀습니다. "아빠 진짜 너무 웃겨!", "이게 캠핑이야 피난이지!" 하지만 이내 세 사람 모두 그 비좁고 어설픈 텐트 속으로 꼬물꼬물 기어 들어왔고, 달달거리는 조명 아래서 배달 피자를 뜯으며 세상에서 가장 시끄럽고 유쾌한 밤을 보냈습니다. 아담의 거실 플라네타륨과 저의 거실 텐트는 결이 같습니다. 멋진 말 대신 서툰 행동으로 꺼내어 보인 진심이라는 점에서요.
이 영화를 보고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의 방식을 먼저 읽으려 시도해 보십시오.
- 공감 표현이 서툰 상대를 위해 먼저 솔직하게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이야"라고 말해주는 것이 관계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완벽한 위로보다 함께 있어주는 것 자체가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새드엔딩이 아닌, 성장의 해피엔딩
영화의 결말에서 아담과 베스는 각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아담은 캘리포니아 천문대 취업을 받아들이고, 베스는 뉴욕에 남습니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 즉 모든 장애물을 이겨내고 결국 하나가 된다는 내러티브(narrative, 이야기 구조)를 이 영화는 영리하게 거부합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건, 이 결말이 전혀 슬프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아담의 뒷모습이 완벽한 해피엔딩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담은 베스를 만나기 전까지 평생 뉴욕을 벗어난 적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그가, 낯선 도시로 혼자 취업을 떠납니다. 베스의 사랑이 아담의 세계를 확장시킨 것입니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휴 댄시(Hugh Dancy)의 연기는 이 지점에서 특히 빛납니다. 눈 맞춤을 피하고 몸을 웅크린 채 우주를 쏟아내는 그의 신체 언어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철저한 리서치 없이는 불가능한 표현입니다. 영국 배우 특유의 섬세함이 아담이라는 캐릭터에 정직하게 녹아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한 미디어 재현의 중요성에 대해 자폐자조네트워크(ASAN, Autistic Self Advocacy Network)는 "당사자의 시각을 존중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는 방식이 사회적 이해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ASAN). 영화 아담은 그 기준에 충분히 부합하는 작품입니다.
가족이나 연인 중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 또는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고 느끼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꽤 실질적인 위로가 될 것입니다. 억지로 세련된 공감 능력을 갖추려 하지 않아도, 지금 내 안에 있는 투박한 진심을 꺼내어 보여주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가닿기에 충분하다는 걸 영화가 조용히 증명해 줍니다.
거실에 텐트를 치거나, 달달거리는 만 원짜리 무드등을 켜는 방식이더라도 괜찮습니다. 저는 그 어설픈 거실 캠핑 덕분에 오히려 가족에게 더 깊이 가닿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랑스러운 세 여자와 함께라면, 굳이 완벽하고 세련된 아빠가 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든든한 안도감을 그날 밤 처음 느꼈습니다. 그 감정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