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인턴'이라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히 훈훈한 직장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제가 직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선배들의 조언을 그저 잔소리로만 받아들였던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70세 시니어 인턴 벤과 젊은 창업가 줄스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 간 멘토링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줍니다.
시니어와 젊은 세대의 조합, 신선한 멘토링 구조
일반적으로 직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권위적인 상사와 그에 맞서는 젊은 직원의 갈등 구조를 그립니다. 하지만 '인턴'은 정반대입니다. 여기서 멘토링(Mentoring)이란 경험이 풍부한 선배가 후배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며 성장을 돕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멘토링 관계를 세대를 뛰어넘어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영화 속 줄스는 의류 쇼핑몰을 창업한 지 1년 만에 성공 가도를 달리는 CEO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그녀에게 경영진을 영입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70세 은퇴자 벤이 고령 인턴으로 입사하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기만 합니다. 제가 신입 시절 선배들과의 관계가 그랬듯이요.
영화는 세대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벤의 침착함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은 줄스에게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됩니다. 반면 줄스의 열정과 창의성은 벤에게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선물합니다. 이런 상호보완적 관계를 워크-라이프 시너지(Work-Life Synergy)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일과 삶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만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합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저도 직장을 다니며 이런 어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에 대한 지적과 성과 압박만 있었죠. 물론 제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상사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저를 성장시키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벤은 줄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하기보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필요한 순간에만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멘토의 자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 여유로운 태도가 쌓인 경험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세대 간 멘토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
- 판단하기보다 경청하는 태도
-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하는 절제
-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조언
참 어른이란 무엇인가, 제 경험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계속 떠오른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좋은 어른인가?' 부끄럽게도 자신 있게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벤은 줄스가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할 때, 그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줍니다. "당신은 큰 성공을 거뒀고, 그걸 포기할 필요 없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는 현대인에게 중요한 화두입니다. 여기서 워크-라이프 밸런스란 직장 업무와 개인 생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화 속 줄스는 회사 성장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흔들립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직장인의 72%가 일과 삶의 균형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제가 앞만 보고 달렸던 젊은 시절, 만약 벤 같은 어른이 옆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보다 더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참 어른이란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 따뜻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후반부, 벤은 줄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회사는 당신이 필요해요. 이런 헌신은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어요." 이 대사가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창업자의 경영 참여도(Founder's Engagement)는 기업 성과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여기서 창업자의 경영 참여도란 기업을 직접 창업한 사람이 경영 전반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저도 지금은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가 좋은 어른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진심으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벤처럼 말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갖기 시작했죠. 앞만 보고 달렸던 과거의 제 모습과는 다르게,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고 함께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영화 '인턴'은 단순한 직장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참 어른'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배우는 관계, 그것이 우리 인생에 정말 필요한 게 아닐까요? 만약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주말에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