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6 영화 엘리자베스타운 리뷰 (실패, 위로의 방식, 해안 도로) 솔직히 저는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다는 말을 오랫동안 믿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책임자로 이끌던 대형 프로젝트가 한순간에 엎어지기 전까지는요. 영화 엘리자베스타운은 바로 그 믿음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뒤집어 놓은 작품입니다.실패는 끝이 아니다, 진짜 통과의례다일반적으로 거대한 실패를 겪으면 "한동안 모든 걸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진짜 문제는 '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패를 바라보느냐'에 있었거든요.영화 속 주인공 드류는 야심 차게 기획한 신발이 역사상 최악의 흥행 참패작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습니다. 여기서 영화가 사용하는 핵심 단어가 바로 피아스코(Fiasco)입니다... 2026. 5. 5. 영화 신과 함께 가라 후기 (로드무비, 아카펠라, 계획표) 완벽한 계획을 세워두고 여행을 떠났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히려 더 행복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독일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그 유쾌한 실패가 사실은 실패가 아니었다는 걸 새삼 확인했습니다. 수도사 세 명이 이탈리아로 걸어가는 이야기, 영화 신과 함께 가라입니다.300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수도사들의 로드무비저는 본래 여행을 갈 때면 시간 단위로 일정을 짜는 지독한 계획형 아빠입니다. 두 딸아이와 떠난 봄 여행에서도 역사박물관과 유적지 답사를 빽빽하게 넣어두고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뒷좌석에서 "아빠, 저기 관람차 있어! 저기 가면 안 돼?"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계획에 없는 일이야"라고 선을 그었습니.. 2026. 4. 23. 영화 원 위크 리뷰 (정해진 출구, 모터사이클, 40대 가장)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치료도 미루고 낡은 모터사이클을 몰고 서쪽으로 달려 나가는 그 첫 장면에서, 제 가슴 어딘가가 묘하게 덜컹했기 때문입니다.정해진 출구를 지나쳐 본 적 있으신가요영화 속 국어 교사 벤은 말기암 진단을 받은 날, 병원 대신 중고 모터사이클 판매점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서쪽 끝 태평양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죠. 약혼녀 사만다의 눈물도, 가족의 만류도, 세상의 상식적인 압박도 모두 뒤로한 채.저도 비슷한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몇 해 전 끝없는 실적 압박과 대출 이자, 아이들 교육비로 숨이 턱턱 막히던 어.. 2026. 4. 20.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 (느린 여정, 화해, 감독, 40대) 1994년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73세 노인이 낡은 잔디깎이 트랙터를 몰고 390km를 6주에 걸쳐 달려 10년 넘게 등진 형을 만나러 갔습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99년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그 실화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 한쪽이 바늘로 찔리는 듯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어쭙잖은 자존심 때문에 매몰차게 끊어버린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느린 여정이 말하는 것엘빈 스트레이트는 시력 저하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습니다. 형 라일이 뇌졸중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버스도 없고 차를 부탁할 형편도 안 됐습니다. 그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30년 된 낡은 잔디깎이 트랙터였고, 그 속도는 시속 8km에 불과했습니다.저는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 2026. 4. 5. 핀치 영화 리뷰 (통제욕, 세대교체, 조수석 용기) 태양풍으로 오존층이 파괴된 지구, 홀로 남은 남자가 반려견을 위해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이 만든 로봇에게 끊임없이 화를 낼까요? 영화 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스크린 속 주인공이 아니라 제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40대 가장이자 직장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제게, 이 영화는 단순한 SF 로드무비가 아니라 '내려놓음'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었습니다.통제욕, 당신도 핀치처럼 운전대를 꽉 쥐고 있지 않나요?영화 속 핀치는 전형적인 통제광입니다. 그는 로봇 제프의 머릿속에 수만 권의 책과 생존 매뉴얼을 입력하고, 자신의 지시대로만 움직이길 강요하죠. 제프가 호기심에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실수를 연발할 때마다 핀치는 불같이 화를 내며 운전대를 빼앗습니다. 여기서 '통제욕(Co.. 2026. 3. 25.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첫걸음, 집념, 온기) 꿈을 이루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저 역시 다리 부상으로 운동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을 때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 주인공 버트 먼로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진짜 문제는 나이나 환경이 아니라, 포기하는 순간이라는 것을요. 1960년대 뉴질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1920년식 낡은 오토바이를 개조해 세계 신기록에 도전한 63세 노인의 이야기는, 지금도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듭니다.보네빌까지 가는 길, 불가능을 향한 첫걸음버트 먼로는 평범한 노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 1920년식 인디언 스카우트 오토바이를 손수 개조해 왔습니다. 여기서 인디언 스카우트란 미국 인디언 모터사이클 컴퍼니가 제작한 클래식 바이크로, 당시 시속 53마일(약 85km/h) 정도의 성능을.. 2026. 3.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