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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12)
해피 어게인 리뷰 (J.K. 시몬스, 상실, 치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살아가는 것이 '강함'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2017년 개봉한 커트 보엘커 감독의 은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를 조용하고 따뜻하게 증명해 보이는 영화입니다.J.K. 시몬스가 그려낸 상실의 무게에서 공포의 폭군 교수를 연기했던 J.K. 시몬스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그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아내를 병으로 잃고 텅 비어버린 수학교사 빌. 그는 고통을 피해 아들 웨스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결정합니다.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J.K. 시몬스의 눈빛이었습니다. 일상을 유지하는 척 수업을 하고 동료 교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의 눈 어딘가에는 늘 안개가 깔려..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8:29
드리머 리뷰 (소냐도르, 다코타 패닝, 브리더스컵)

다리가 부러진 경주마는 안락사가 원칙입니다. 스포츠 의학계에서도 캐논본(cannon bone), 즉 말의 앞다리 제3중수골 골절은 체중 부하 구조상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저도 그 상식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드리머(Dreamer, 2005)'는 그 상식 자체를 정면으로 걷어차 버립니다. 처음엔 "설마 이게 실화 기반이라고?"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부러진 다리와 부러진 가족, 소냐도르가 품은 은유영화는 켄터키 렉싱턴의 한 경마 농장에서 시작됩니다. 조련사 벤 콜은 뛰어난 감각을 가졌지만, 마주(馬主) 팔머의 지시를 묵묵히 따르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마주란 경주마의 소유권자를 뜻하며, 실제 경마 산업에서는 조련사보다 훨씬 ..

카테고리 없음 2026. 8. 30. 15:50
킷 킷트릿지 리뷰 (대공황, 편견, 연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려고 골랐던 영화에서 제가 먼저 무너졌으니까요. 은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배경 위에서, 열 살 소녀가 펜 하나로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아이 영화라고 얕잡아 봤다가, 정작 스크린 속 어른들이 저와 너무 닮아있다는 걸 깨닫고 적잖이 부끄러워졌습니다.대공황이 무너뜨린 것들 — 집, 일자리, 그리고 사람 사이의 신뢰1934년 미국. 영화는 그 시대를 배경 설명으로 시작하는 대신, 킷의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고 집이 압류 위기에 처하는 장면으로 곧장 뛰어듭니다. 가족들은 살던 집을 하숙집으로 내놓기로 결정하고, 낯선 세입자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죠.여기서 영화가 공들여 묘사하는 건 '호보(Hobo)'라는 존재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8. 29. 12:57
위시 유 웰 리뷰 (자연치유, 성장서사, 부모반성)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잔잔한 가족 영화라는 말만 듣고 틀었다가, 화면 속 버지니아 산골 풍경 앞에서 제 과거가 그대로 들켜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은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쓰러진 12살 소녀 루가 버지니아주 시골 농장의 증조할머니 루이자 밑에서 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입니다. 두 시간 남짓, 저는 영화보다 제 아이의 흙 묻은 얼굴을 더 많이 떠올렸습니다.자연치유 — 흙 한 줌이 비싼 상담보다 빠를 때가 있습니다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아이의 상처를 돈으로 덮으려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깊숙이 숨어버립니다. 당시 저는 40대 가장으로서 아이가 전학 후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자 고가의 심리 상담 센터를 끊어주고, 평소 원하던 최신형 게임기를 안겨주고는 ..

카테고리 없음 2026. 8. 28. 09:06
템플 그랜딘 (시각적 사고, 자폐 스펙트럼, 인도적 설계)

1947년생 템플 그랜딘은 네 살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의사는 보호 시설 입소를 권유했습니다. 지금 그녀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교수이자, 미국 전역 가축 시설의 절반 가까이가 채택한 인도적 도축 시스템의 설계자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저 사람이 정상이 아닌 게 아니라, 세상의 기준이 너무 좁았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요.자폐 스펙트럼, 결핍이 아닌 다른 방식의 인지영화 속 어린 템플은 사람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낯선 공간에 놓이면 극도의 감각 과부하(Sensory Overload)에 시달립니다. 여기서 감각 과부하란,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빛·소리·촉각 자극을 뇌가 전부 동시에 처리하면서 공황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

카테고리 없음 2026. 8. 27. 13:33
롱 워크 홈 리뷰 (버스 보이콧, 연대, 비겁함)

1956년, 381일간 이어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Montgomery Bus Boycott)은 단 한 명의 흑인 여성이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습니다. 스크린 속 인물이 아니라, 제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버스 보이콧, 그 381일의 기록영화 은 1955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남부에서는 짐 크로법(Jim Crow Laws)이 엄연히 살아있었습니다. 짐 크로 법이란, 1877년부터 1965년까지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시행된 인종 분리 법률 체계를 말합니다. 버스 좌석은 물론이고 식당, 학교, 화장실까지 흑인과 백인을 물리적으로 갈라놓은 제도였습니다.1955년 12월, 로자 파크스(Rosa Parks)가 백인 승객..

카테고리 없음 2026. 8.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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