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추천3 영화 바람의 전화 리뷰 (선, 로드무비, 카타르시스) 이와테현 오쓰치정 언덕 위에는 실제로 선이 연결되지 않은 전화기가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설치된 이 전화기에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이 찾아와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몇 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한 번도 제대로 울지 못했던 그 밤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연결되지 않은 선이 열어주는 것영화 속 소녀 하루는 쓰나미로 부모님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습니다. 그리고 히로시마의 이모 집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죠. 하루가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는 설정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애도 유예(grief postponement)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여기서 애도 유예란 상실의 충격이 너무 커서 감정을 처리하지.. 2026. 6. 12. 영화 텐텐 리뷰 (카타르시스, 가족의 온기, 느린 산책) 2007년에 제작된 일본 영화 은 살인 혐의를 진 50대 남자와 학자금 빚에 쫓기는 20대 청년이 며칠에 걸쳐 도쿄를 함께 걷는 이야기입니다. 목적지는 경찰서, 즉 자수(自首)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영화의 결말이 비극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텐텐이 증명하는 카타르시스의 구조의 각본이 탁월한 이유는 내러티브 텐션(narrative tension), 즉 이야기 안에 흐르는 긴장감의 운용 방식에 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텐션이란 관객이 결말을 향해 끌려가면서 느끼는 감정적 당김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 긴장감을 액션이나 반전으로 폭발시키는 방식을 택하는데, 은 오히려 반대로 갑니다. 야키토리를 .. 2026. 6. 8. 영화 남은 인생 10년 (캠코더, 파자마댄스, 시한부) 시한부 영화를 보면서 웃음이 먼저 나온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보다 피식거리는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죽음을 선고받은 스무 살 여자가 선택한 것이 상담도, 절망도 아니라 작은 캠코더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저는 얼마 전 우리 집 거실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건 하나가 떠올라 혼자 낄낄대고 말았습니다.캠코더를 든 여자의 이상한 용기스무 살의 마츠리는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딱 10년이라는 선고를 받습니다. 보통의 시한부 주인공이라면 여기서 오열하거나, 병실 침대에 누워 삶을 원망하거나, 남은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하겠죠. 그런데 마츠리는 달랐습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캠코더를 사는 것이었습니다.그 렌즈 너머로 담기는 것들이 압권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 2026. 5.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