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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튼테일 영화 리뷰 (켄자부로, 애도의식, 부자관계)

당신은 지금 가족에게 제대로 된 말 한마디 건네고 있습니까? 영화 을 보기 전까지 저는 '묵묵히 돈 버는 것'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얼마나 가족을 숨 막히게 해왔는지,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켄자부로의 처연한 뒷모습이 뼈아프게 일깨워줬습니다.켄자부로의 영국 방랑, 그 뒷모습이 왜 이렇게 아플까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십니까?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임종의 순간 앞에서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굳어버리는 느낌. 켄자부로가 딱 그렇습니다.영화는 간단한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중년의 소설가 켄자부로는 아내 아키코와의 결혼기념일에 수산시장에서 문어 한 팩을 슬쩍 집어 들고 단골 초밥집으로 향합니다. 그 초밥집은 젊은 시절 아키코와 처..

카테고리 없음 2026. 7. 18. 18:11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뷰 (타임슬립, 선택, 비닐우산)

2004년 개봉한 일본 영화 는 죽은 아내가 장마철에 기억을 잃은 채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는 설정 하나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순애물의 정점"으로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훨씬 더 많이 울었는데, 그 이유가 뭔지 곱씹다 보니 결국 미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였더군요.타임슬립이라는 장치가 왜 이 영화에서 유독 강렬한가타임슬립(time slip)이란 인물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과거나 미래의 시간대로 이동하는 서사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시간 여행인데, 대부분의 장르 작품에서는 이 장치를 '운명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씁니다. 그런데 는 정반대입니다.스무 살의 미오는 미래로 날아가 자신이 타쿠미와 결혼하고, 유우지라는 아들을 낳고, 스물여덟에 세상..

카테고리 없음 2026. 7. 17. 22:12
자허토르테 리뷰 (운명적 사랑, 일상의 인연, 완벽주의 함정)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며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고 시나리오를 짜두었다가, 갑작스러운 폭우에 모든 게 산산조각 난 적이 있습니다. 핸들을 치며 분통을 터뜨리던 그날 밤, 아내가 조수석 서랍에서 꺼낸 건 동네 빵집의 투박한 조각 케이크 한 개였습니다. 독일 로맨스 영화 를 보다가 그 밤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매일 오후 3시, 카를이 선택한 기다림의 무게이 영화의 주인공 카를은 베를린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니니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녀의 연락처도, 성도 모릅니다. 단 하나 아는 것은 그녀가 매년 생일 오후 3시에 빈의 카페 자허에서 자허토르테(Sachertorte)를 먹는다는 것뿐입니다. 자허토르테란 183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탄생한 전통 초콜릿 케이크로, 빈을..

카테고리 없음 2026. 7. 16. 09:09
영화 리버럴 아츠 리뷰 (지적 허영심, 취향 존중, 나이 듦)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제 취향이 가족보다 '우월하다'고 믿었습니다. 고전문학을 읽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아내의 드라마와 딸아이의 웹소설을 속으로 비웃었죠. 영화 를 보다가 35살 입학 사정관 제스가 19살 지비의 취향을 신랄하게 깎아내리는 장면에서 저는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저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요.지적 허영심이라는 달콤한 함정영화 속 제스는 전형적인 인문학적 엘리트주의(Intellectual Elitism)에 사로잡힌 인물입니다. 여기서 인문학적 엘리트주의란, 특정 장르의 문학이나 예술을 소비하는 것이 곧 자신의 지성과 품격을 증명한다고 믿는 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두꺼운 철학책을 읽는 내가 드라마를 보는 당신보다 '더 깊은 사람'이라는 착각이죠.제가 직접 그 착각 속에서 살아봤..

카테고리 없음 2026. 7. 14. 16:15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뷰 (각성, 이탈, 낭만)

잘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정말 내가 원한 삶인가?" 하는 질문이 가슴을 치고 올라온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 질문을 영화관이 아닌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먼저 받았고, 그로부터 몇 년 뒤 이 영화를 보며 비로소 그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2013년 개봉한 는 딱 그 질문 하나를 두 시간 내내 아름답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입니다.각성 — 지루한 노교수가 갑자기 열차에 뛰어오른 이유영화의 첫 장면부터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전문화학 교수 그레고리우스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 다리 위에서 한 여인의 죽음을 막습니다. 여인은 사라지고, 그의 손에는 붉은 코트와 책 한 권, 그리고 15분 뒤 출발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티켓만 남습니다.평생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걸었던 이 완..

카테고리 없음 2026. 7. 13. 21:19
스윗 랜드 리뷰 (침묵의 사랑, 흙투성이 연대, 행복의 진짜 의미)

사랑을 증명하는 데 정말 서류 한 장이 필요할까요? 1920년대 미네소타, 언어도 통하지 않고 혼인 서류도 없이 단 한 장의 사진만 믿고 낯선 땅에 도착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를 보다가, 저는 그만 40대 가장으로서 제가 얼마나 껍데기에 집착하며 살아왔는지를 들킨 것 같아 뜨끔해버렸습니다.침묵의 사랑 — 말 한마디 없이도 단단해지는 것영화 속 잉게와 올라프 사이에는 초반에 대화다운 대화가 거의 없습니다. 잉게는 독일어만 하고, 올라프는 노르웨이계 영어를 쓰죠. 이른바 언어적 장벽(language barrier), 즉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언어적 장벽이란 단순히 단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의도 자체가 전달되지 않는 단절 상태를 말합니다.그런데 이..

카테고리 없음 2026. 7. 1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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