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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그랜딘 (시각적 사고, 자폐 스펙트럼, 인도적 설계)

1947년생 템플 그랜딘은 네 살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의사는 보호 시설 입소를 권유했습니다. 지금 그녀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교수이자, 미국 전역 가축 시설의 절반 가까이가 채택한 인도적 도축 시스템의 설계자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저 사람이 정상이 아닌 게 아니라, 세상의 기준이 너무 좁았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요.자폐 스펙트럼, 결핍이 아닌 다른 방식의 인지영화 속 어린 템플은 사람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낯선 공간에 놓이면 극도의 감각 과부하(Sensory Overload)에 시달립니다. 여기서 감각 과부하란,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빛·소리·촉각 자극을 뇌가 전부 동시에 처리하면서 공황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

카테고리 없음 2026. 8. 27. 13:33
롱 워크 홈 리뷰 (버스 보이콧, 연대, 비겁함)

1956년, 381일간 이어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Montgomery Bus Boycott)은 단 한 명의 흑인 여성이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습니다. 스크린 속 인물이 아니라, 제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버스 보이콧, 그 381일의 기록영화 은 1955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남부에서는 짐 크로법(Jim Crow Laws)이 엄연히 살아있었습니다. 짐 크로 법이란, 1877년부터 1965년까지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시행된 인종 분리 법률 체계를 말합니다. 버스 좌석은 물론이고 식당, 학교, 화장실까지 흑인과 백인을 물리적으로 갈라놓은 제도였습니다.1955년 12월, 로자 파크스(Rosa Parks)가 백인 승객..

카테고리 없음 2026. 8. 26. 09:21
리브 잇 투 비버 (부모 기대, 아이 눈높이, 가족 코미디)

1997년 개봉한 는 1950년대 미국 TV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가족 코미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손을 멈췄습니다. 스크린 속 아빠 워드의 모습이, 몇 년 전 운동장에서 아이에게 고함치던 제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부모의 기대가 아이를 짓누를 때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저는 아이를 '골목대장' 스타일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운동장으로 끌고 나가 캐치볼을 했죠. 아이는 공을 무서워했고 번번이 놓쳤지만, 저는 "남자가 이 정도 공도 못 받으면 어떡해!"라며 윽박질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아빠의 사랑이 아니라, 제 어린 시절 콤플렉스를 아이에게 투영한 것이었습니다.영화 속 비버도 똑같은 압박을 받습니다. 형 윌리(Wally)가 미식축구팀에서 활..

카테고리 없음 2026. 8. 25. 10:07
영화 Nowhere Man 리뷰 (미장센, 예술적자존심, 생명력)

잘 나가다 갑자기 아무것도 안 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도 한때 열심히 하던 일이 어느 순간 세상의 흐름과 어긋나버리는 경험을 했는데, 그때 우연히 접한 영화 한 편이 이상하게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일본 영화 입니다. 실패한 만화가가 강가에서 돌을 주워 팔기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웃기면서도 어딘가 묵직하게 찔려오는 작품이었습니다.강가의 돌을 파는 남자 — 미장센이 말하는 것한때 꽤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스케조는 상업적 타협을 거부하다 결국 업계에서 완전히 잊힙니다. 고물상, 중고 카메라 판매 같은 엉뚱한 사업을 전전하다 모두 실패하고, 급기야 다마강 둔치에 오두막을 짓고 강가에서 주운 돌을 팔기 시작하죠. 저도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저게 팔린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

카테고리 없음 2026. 8. 24. 11:40
영화 신의 손 리뷰 (인종차별, 청색증 수술, 비비안 토마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현대 심장외과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 의사 면허조차 없는 흑인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1944년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비비안 토마스와 알프레드 블레이락이 함께 개척한 청색증(Blue Baby Syndrome) 수술은 오늘날까지 심장외과의 근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은 수십 년간 어디에도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았습니다.인종차별의 벽 앞에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일반적으로 '천재는 결국 인정받는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현실은 훨씬 더 가혹하고 느립니다. 비비안 토마스가 딱 그랬습니다. 1930년대 미국 남부 내슈빌에서 목수로 일하던 그는 대공황의 여파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모아둔 전 재산마..

카테고리 없음 2026. 8. 23. 15:59
영화 세 가지 소망 (힐링무비, 이방인, 기적)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판타지 요소가 섞인 가족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설픈 마법이 오히려 감동을 희석시킨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세 가지 소망(Three Wishes, 1995)》을 보고 난 뒤, 제가 그 편견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1950년대 미국 소도시를 배경으로,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홀어머니 진과 두 아들 앞에 나타난 떠돌이 잭의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특수효과 하나 없이, 이 영화는 제 마음속 어딘가를 정확히 건드렸습니다.힐링무비라는 장르, 제가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힐링무비(healing movie)란, 단순히 기분 좋게 끝나는 영화가 아닙니다. 여기서 힐링무비란 관객이 극 중 인물의 상처와 회복 과정을 경험하며, 자신의 감정적 결핍이나 두려움을 간접적..

카테고리 없음 2026. 8. 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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