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26 영화 남은 인생 10년 (캠코더, 파자마댄스, 시한부) 시한부 영화를 보면서 웃음이 먼저 나온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보다 피식거리는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죽음을 선고받은 스무 살 여자가 선택한 것이 상담도, 절망도 아니라 작은 캠코더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저는 얼마 전 우리 집 거실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건 하나가 떠올라 혼자 낄낄대고 말았습니다.캠코더를 든 여자의 이상한 용기스무 살의 마츠리는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딱 10년이라는 선고를 받습니다. 보통의 시한부 주인공이라면 여기서 오열하거나, 병실 침대에 누워 삶을 원망하거나, 남은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하겠죠. 그런데 마츠리는 달랐습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캠코더를 사는 것이었습니다.그 렌즈 너머로 담기는 것들이 압권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 2026. 5. 14. 파도가 지나간 자리 영화 리뷰 (완벽한 섬, 죄책감, 용서)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제가 좋은 아빠라고 믿었습니다. 집 안에서 웃음이 끊기지 않도록, 아이들 귀에 나쁜 소식 한 조각도 들어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막았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믿음을 바닥부터 흔들어놓았습니다.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원제 The Light Between Oceans입니다.완벽한 섬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 호주 남쪽 끝, 야누스라는 이름의 외딴섬입니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이곳 등대지기로 부임한 톰은 이자벨과 사랑에 빠지고, 두 번의 유산이라는 깊은 슬픔을 함께 겪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남자와 살아있는 아기가 실린 보트가 해안으로 떠밀려옵니다. 이자벨은 그 아기를 자신의 친딸 루시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세상에 알려야.. 2026. 5. 12. 영화 레이버 데이 리뷰 (노동의 치유, 치유의 감각, 아버지)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탈옥수가 등장하면 당연히 공포와 폭력이 따라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슈 브롤린이 연기한 프랭크는 제 그 예상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한참 뒤, 저는 소파에 앉아 '나는 과연 집에서 어떤 사람이었나'를 뼈아프게 되돌아보았습니다.고장 난 집을 고치는 남자, 그 노동이 치유가 되다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를 진짜로 보살핀다는 것이, 돈을 건네주는 일과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요.영화 레이버 데이(Labor Day, 2013)는 Jason Reitman 감독이 Joyce Maynard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남편이 떠난 후 극심한 광장공포증(Agoraphobia)에 시달리는 싱글맘 아델과 그녀를 애어른처럼 돌보는 1.. 2026. 5. 11. 영화 윈터 패싱 리뷰 (부모 이해, 가족 화해, 감정 억압) 부모님이 차갑고 무심했다고 느끼는 분, 혹시 그 냉기가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을 끝내 배우지 못한 탓이었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40대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도 아버지의 낡은 서랍 하나를 열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서랍 속에 박제된 사랑 — 감정 억압과 부모 이해영화 윈터 패싱(Winter Passing)은 뉴욕에서 무명 배우로 떠돌던 리즈가, 출판사의 제안을 계기로 오랫동안 등진 아버지 돈 홀딘의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리즈의 목적은 단순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젊은 날 주고받았던 연애편지를 팔아 돈을 챙기는 것. 그러나 막상 고향 집에서 마주한 것은, 기억 속 차갑고 권위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차고 속에 틀어박혀 생을 겨우 이어가는 늙고 쇠약한 .. 2026. 5. 10. 영화 아버지의 황혼 리뷰 (돌봄의 방식, 스니커즈, 샌드위치 세대) "노인은 환자가 아니라 인간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저는 백화점 신발 매장에서, 그리고 영화 한 편을 통해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1994년 작 영화 아버지의 황혼은 늙은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아들의 시선으로 따뜻하고도 날카롭게 짚어 냅니다. 보고 나면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환자냐 인간이냐, 돌봄의 방식이 생사를 가른다영화의 핵심 축은 단순합니다. 어머니의 심장마비 소식에 고향 LA로 달려온 성공한 경영자 아들 존이, 평생 아내에게 의존해 살던 노인 아버지 제이크를 홀로 돌보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 존의 접근법은 제가 아버지를 대하던 방식과 판박이였습니다. 투약 시간표를 붙이고, 동선을 제한하고, 위험하지 않은 것만 허용하는 방식. 철저히 신체 기능을 유지시키는 데 초점.. 2026. 5. 9. 영화 안녕하세요 리뷰 (죽음의 공간, 연대, 거울, 평범한 아침) 죽고 싶은 19살 소녀가 죽음을 배우러 들어간 곳에서, 오히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영화 는 바로 이 역설 하나로 관객의 가슴을 정확히 찌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침마다 습관처럼 뱉어왔던 불평 한 마디가 너무 부끄러워졌습니다.죽음의 공간에서 삶을 역설하다호스피스(Hospice)란 완치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게 의학적 치료보다 통증 완화와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며 남은 삶의 질을 높이는 완화의료 시스템입니다. 쉽게 말해 '잘 죽을 수 있도록 돕는 곳'인데, 이 영화는 그 공간을 오히려 '가장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학교'로 뒤집어 보여줍니다.보육원 출신으로 세상의 온기를 한 번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주인공 수미는 "죽는 법을 알려달라"는 말을 내뱉으며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섭니다... 2026. 5. 8. 이전 1 ··· 3 4 5 6 7 8 9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