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가 집으로 데려온 짝꿍을 보며 속으로 '왜 하필 저런 애랑'이라고 중얼거렸던 그 밤, 저는 스스로가 얼마나 천박한 어른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의 가치를 배경과 스펙으로만 재단해온 제 삶의 방식이 조선 사대부의 신분 타령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낯뜨겁게 박혀들었습니다.지음(知音) —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의 무게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건 전투씬도, 볼거리도 아니었습니다. 세종(한석규)이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장영실(최민식)에게 자신이 구상 중인 자동 물시계의 설계도를 꺼내 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왕이 노비 출신 기술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그 순간의 공기감이, 스크린 밖으로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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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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