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린 그림일기 한 장이 저를 무너뜨린 적이 있습니다. 화려한 집도, 비싼 장난감도 아닌 '아빠가 나를 보며 웃어주었던 날'이라는 짧은 문구 하나였습니다.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는 바로 그 그림일기와 같은 영화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랑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는지를, 이 영화는 꽤 오래 가슴에 남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무너지면서도 놓지 않았던 부성애영화는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소설가 제이크(러셀 크로우)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게 됩니다. 여기서 PTSD란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 사건을 겪은 뒤 반복적인 플래시백과 신경과민, 감정 마비 등이 지속되는 심리적 외상 반응을 말합니다. 제이크는 이 증상으로..
테리의 남편은 도망친 게 아니었습니다. 집 뒷뜰 우물 속에 빠져 사고사한 것이었죠. 영화 의 결말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잠시 화면을 멈췄습니다. 오해 하나가 한 가족의 수년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이 영화만큼 냉정하게 보여주는 작품을 저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분노의 감옥 — 테리가 스스로 가둔 세계영화 속 테리는 남편이 스웨덴 출신 비서와 함께 달아났다고 확신합니다. 단 한 통의 연락도 없이 사라진 남편. 그 공백을 테리는 배신으로 채워 넣었고, 분노는 순식간에 그녀의 일상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여기서 말하는 '분노의 감옥'이란 심리학 용어로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의 한 형태입니다. 인지 편향이란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사고의 오류를 말하는데, 테리의 경우가 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살아가는 것이 '강함'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2017년 개봉한 커트 보엘커 감독의 은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를 조용하고 따뜻하게 증명해 보이는 영화입니다.J.K. 시몬스가 그려낸 상실의 무게에서 공포의 폭군 교수를 연기했던 J.K. 시몬스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그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아내를 병으로 잃고 텅 비어버린 수학교사 빌. 그는 고통을 피해 아들 웨스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결정합니다.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J.K. 시몬스의 눈빛이었습니다. 일상을 유지하는 척 수업을 하고 동료 교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의 눈 어딘가에는 늘 안개가 깔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잔잔한 가족 영화라는 말만 듣고 틀었다가, 화면 속 버지니아 산골 풍경 앞에서 제 과거가 그대로 들켜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은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쓰러진 12살 소녀 루가 버지니아주 시골 농장의 증조할머니 루이자 밑에서 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입니다. 두 시간 남짓, 저는 영화보다 제 아이의 흙 묻은 얼굴을 더 많이 떠올렸습니다.자연치유 — 흙 한 줌이 비싼 상담보다 빠를 때가 있습니다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아이의 상처를 돈으로 덮으려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깊숙이 숨어버립니다. 당시 저는 40대 가장으로서 아이가 전학 후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자 고가의 심리 상담 센터를 끊어주고, 평소 원하던 최신형 게임기를 안겨주고는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판타지 요소가 섞인 가족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설픈 마법이 오히려 감동을 희석시킨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세 가지 소망(Three Wishes, 1995)》을 보고 난 뒤, 제가 그 편견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1950년대 미국 소도시를 배경으로,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홀어머니 진과 두 아들 앞에 나타난 떠돌이 잭의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특수효과 하나 없이, 이 영화는 제 마음속 어딘가를 정확히 건드렸습니다.힐링무비라는 장르, 제가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힐링무비(healing movie)란, 단순히 기분 좋게 끝나는 영화가 아닙니다. 여기서 힐링무비란 관객이 극 중 인물의 상처와 회복 과정을 경험하며, 자신의 감정적 결핍이나 두려움을 간접적..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기적'이라는 단어를 꽤 가볍게 쓰고 있었습니다. 그냥 좋은 일이 생기면 "기적 같다"고 했고, 그게 전부였죠. 그런데 여덟 살 소년 페퍼가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 선행 목록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기적이란 게 어쩌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 결말까지 담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겨자씨만 한 믿음이 만들어낸 기적의 실체영화의 배경은 1940년대 미국의 작은 해안 마을 오해어입니다. 또래보다 유독 키가 작아 '리틀 보이'라는 놀림을 달고 사는 여덟 살 페퍼에게, 아버지 제임스는 그야말로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둘은 상상 속 모험을 함께 나누는 진짜 파트너였고, 페퍼는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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