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25 영화 텐텐 리뷰 (카타르시스, 가족의 온기, 느린 산책) 2007년에 제작된 일본 영화 은 살인 혐의를 진 50대 남자와 학자금 빚에 쫓기는 20대 청년이 며칠에 걸쳐 도쿄를 함께 걷는 이야기입니다. 목적지는 경찰서, 즉 자수(自首)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영화의 결말이 비극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텐텐이 증명하는 카타르시스의 구조의 각본이 탁월한 이유는 내러티브 텐션(narrative tension), 즉 이야기 안에 흐르는 긴장감의 운용 방식에 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텐션이란 관객이 결말을 향해 끌려가면서 느끼는 감정적 당김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 긴장감을 액션이나 반전으로 폭발시키는 방식을 택하는데, 은 오히려 반대로 갑니다. 야키토리를 .. 2026. 6. 8. 영화 헨리의 이야기 리뷰 (이중성, 재활치료, 진짜성공)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정작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뭘 먹었는지도 모르는 날이 쌓이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40도짜리 독감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제가 집안에서 얼마나 딱딱하고 차가운 사람이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 한 편이 그 기억을 다시 끄집어냈습니다.엘리트 변호사의 이중성, 그리고 붕괴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는 뇌손상(brain injury)을 핵심 소재로 씁니다. 뇌손상이란 외부 충격이나 산소 결핍으로 인해 뇌 기능 일부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손상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총격을 당한 헨리 터너는 수술 과정에서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뇌 무산소증(anoxia)을 겪습니다. 뇌 무산소증이란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현상으로, 짧은 시간 .. 2026. 6. 6. 영화 초콜릿 리뷰 (금욕주의, 관용, 달콤한 해방)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달콤한 힐링 영화라기에 그냥 가볍게 틀었는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저도 모르게 얼마 전 거실에서 제가 벌였던 '노 슈가 선언' 사태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2000년작 영화 초콜릿은 단순한 음식 영화가 아닙니다. 닫힌 마을에 들어온 초콜릿 한 조각이 어떻게 사람들의 굳은 마음을 녹여내는지,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뼈아프게 와닿는 영화입니다.금욕주의가 마을을 어떻게 병들게 했나1959년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이곳 사람들은 사순절(Lent) 기간의 절제와 금욕을 철칙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순절이란 부활절 전 40일간 가톨릭 신자들이 단식과 회개를 통해 예수의 수난을 기억하는 기간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절제가 신앙의 의미를 잃고, 서로를 감시.. 2026. 6. 2. 영화 텀블위즈 리뷰 (회전초 삶, 결함투성 모녀, 발걸음) 완벽한 부모여야만 좋은 부모일까요? 저는 재작년 여름, 산속 캠핑장에서 텐트를 찢어먹고 "당장 집에 가자"라고 소리치던 순간에야 비로소 그 답을 알았습니다. 1999년 개봉한 독립영화 텀블위즈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자넷 맥티어의 신들린 연기를 앞세워, 결함투성이 엄마와 딸이 미국 대륙을 떠돌며 비로소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거칠고 다정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회전초처럼 굴러다니는 삶, 배경과 맥락영화 제목인 텀블위즈(Tumbleweeds)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바람 따라 사막을 굴러다니는 마른풀을 뜻합니다. 주인공 메리 조는 관계가 삐걱거리거나 생활이 버거워지는 순간마다 딸 에바를 차에 태우고 새로운 도시로 도망칩니다. 웨스트 버지니아, 테네시, 그리고 캘리포니아까지. 그녀의 여정은 지도 위의 .. 2026. 5. 28. 행운을 돌려줘 영화 리뷰 (행운아, 불운 성장, 풋풋함, 은박지투구) 운이 좋은 사람이 더 행복할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온몸이 흠뻑 젖은 채 현관 앞에 섰던 어느 최악의 저녁, 그 믿음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003년 로맨틱 코미디 영화 '행운을 돌려줘'는 바로 그 질문을 유쾌하게 정면으로 건드립니다.뉴욕 최고의 행운아, 그리고 그 반대편의 남자애슐리 알브라이트는 뉴욕에서 손꼽히는 행운아입니다. 길을 나서면 비가 그치고, 손을 뻗으면 택시가 대기 중이며, 긁는 복권마다 당첨됩니다. 이른바 '럭키 걸(Lucky Girl)'의 전형입니다. 반면 제이크는 걸을 때마다 진흙탕을 밟고, 속옷이 찢어지는 것이 일상인 불운의 아이콘입니다.이 영화의 장르는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에 가깝습니다. 스크루볼 코미디란 주인공들이 황당한 상황에.. 2026. 5. 26. 영화 스핏파이어 그릴 리뷰 (전과자, 공동체, 치유) 비밀 하나를 혼자 껴안고 버틴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래.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야 그 무게가 사실은 혼자 들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1996년 작 영화 스핏파이어 그릴은 출소 후 작은 마을 식당에 흘러든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와 비밀을 숨긴 채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에게 조용하지만 묵직한 위로를 건넵니다.전과자라는 낙인, 그리고 비밀의 무게퍼시는 5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으로 출소해 길리앗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합니다. 전과자라는 낙인, 즉 사회적 스티그마(stigma)를 안고 있는 그녀에게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냉랭합니다. 여기서 스티그마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사회가 부여하는 부정적 낙인을 의미하는데, 한 번 찍히면 당사자의 행동이나 .. 2026. 5. 2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