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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 (15)
줄스 영화 리뷰 (노년 소외, 경청의 가치, 휴먼 드라마)

솔직히 저는 한동안 '듣는다'는 것이 그냥 귀를 여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걸어도, 부모님이 전화를 해도 저는 항상 반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죠. 영화 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핵심은 "제대로 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희귀하고 강력한 일인가"를 묻는 완벽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말 한마디 없는 외계인이 고독한 노인들에게 가장 깊은 위로를 건네는 역설이, 제 뒤통수를 세게 때렸습니다.노년 소외 — 줄스가 건드린 진짜 문제영화의 주인공 밀튼은 매주 시의회에 나가 똑같은 민원을 넣습니다. "트렌트 애비뉴에 횡단보도를 만들어 달라."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치매 노인을 코미디 소재로 쓰는 건가 싶어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뒤에서야 밝히는 진실은 ..

카테고리 없음 2026. 8. 16. 16:02
영화 빌리 엘리어트 리뷰 (편견, 재능, 아버지)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아들에게 '남자답게'를 강요하며 그 아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외면했습니다. 영화 를 보다가 제 꼴을 발견하고서야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1984년 영국 탄광 마을의 이야기가 어떻게 40대 한국 아버지의 뒤통수를 이렇게 세게 칠 수 있는지,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성별 편견이라는 중력, 그리고 아들 앞에서의 제 민낯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버지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사회가 만들어 놓은 남성상'을 복사하여 아이에게 붙여 넣으려는 충동에 시달리는 자리였습니다. 중학생 아들이 축구나 태권도에는 영 흥미를 보이지 않고, 아이돌 댄스 영상을 보거나 혼자 그림을 그릴 때마다 저는 혀를 찼습니다. "사내자식이 뭘 그런 걸 좋아해"라는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말이..

카테고리 없음 2026. 8. 15. 22:32
레인 오버 미 리뷰 (트라우마, 애도, 연대)

9.11 테러로 아내와 세 딸을 한꺼번에 잃은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슬픔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아예 기억째로 지워버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스크린 속 찰리의 뒷모습에서 제 아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트라우마 — 기억을 지운다는 것의 의미영화 속 찰리 핀맨은 커다란 헤드폰을 항상 귀에 꽂고 삽니다. 스쿠터를 타고 도시를 질주하거나, 혼자 방에 틀어박혀 비디오게임 에만 광적으로 매달립니다. 처음엔 그냥 괴짜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면서 그것이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된 생존 전략인지가 드러납니다.정신의학에서는 이를 해리(Dissociation)라고 부릅니다. 해리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식..

카테고리 없음 2026. 8. 14. 20:26
온 어 클리어 데이 리뷰 (실직 트라우마, 가족 연대, 치유)

솔직히 저는 한동안 '가장'이라는 단어가 무기인 줄 알았습니다. 돈을 벌어온다는 사실 하나로 가족 위에 군림해도 된다고, 그게 아빠의 권리라고 착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영화 는 바로 그 착각의 민낯을 찌르는 작품입니다. 36년간 스코틀랜드 조선소에서 평생을 바친 중년 남성이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한 뒤, 차가운 영국 해협을 맨몸으로 건너겠다는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보는 내내 제 40대 초반의 어느 서글픈 계절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실직 트라우마 — 가장이라는 갑옷이 무너지던 날제가 권고사직 통보를 받던 날, 처음 든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이었습니다. '부장'이라는 직함과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봉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저를 완전히 집어삼켰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가..

카테고리 없음 2026. 8. 13. 21:21
위플래쉬 리뷰 (폭력적 교육, 완벽주의, 부모 반성)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교육이 결국 아이를 강하게 만든다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2014년 개봉한 는 재능 있는 드러머 앤드류와 완벽주의 지휘자 플레처의 극단적인 사제 관계를 통해, 그 믿음이 얼마나 잔인한 착각인지를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해부합니다. 106분 내내 등줄기가 서늘했고, 영화가 끝난 뒤엔 제 과거가 너무 선명하게 겹쳐 보여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폭력적 교육: "굿 잡(Good Job)"이 가장 위험한 말이라고?일반적으로 칭찬은 아이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처 교수는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그는 "굿 잡(Good Job)"이 세상에서 가장 해로운 두 단어라고 단언하며, 앤드류가 템포..

카테고리 없음 2026. 8. 12. 23:48
도어 투 도어 리뷰 (직업정신, 진심, 장애극복)

아이 학교 알뜰 시장에서 저는 아이에게 "빨리빨리 좋은 말만 딱 해서 넘겨!"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날 정작 손님의 지갑을 연 건 제가 아니라, 더듬거리며 장난감의 흠집까지 솔직하게 설명하던 아이였습니다. 그 기억이 있었기에, 뇌성마비를 가진 방문 판매원 빌 포터의 실화를 담은 영화 는 제 가슴을 유독 세게 두드렸습니다.직업정신: 굽은 등이 증명한 진짜 프로의 조건빌 포터는 뇌성마비(Cerebral Palsy)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여기서 뇌성마비란 출생 전후 뇌 손상으로 인해 운동 기능과 근육 조절에 영구적인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빌의 경우 오른쪽 반신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발음 또한 어눌합니다. 방문 판매원(Door-to-Door Salesman)으로서는 치명적인 조건입니다. 실제로 와킨..

카테고리 없음 2026. 8. 1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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