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데려온 친구를 보자마자 속으로 품평부터 했던 적이 있습니다. 입고 있는 옷, 사는 동네, 부모의 직업. 그 계산이 끝나기도 전에 "네 성적에 도움이 안 되는 애"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지요. 그런 제가 2004년작 를 보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1904년 뉴욕을 배경으로, 상류층 소녀 사만다와 하녀 넬리의 우정이 어떻게 어른들의 계급 편견을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제 오만했던 과거를 정확히 겨냥했습니다.우정이 계급 편견을 만났을 때1904년 미국은 계층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계급 구조(class stratification)—쉽게 말해 태어난 집안이 평생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짓는 구조—는 법으로 명시된 것이 아니었지만 관습과 암묵적 규칙으로 ..
1997년 개봉한 는 1950년대 미국 TV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가족 코미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손을 멈췄습니다. 스크린 속 아빠 워드의 모습이, 몇 년 전 운동장에서 아이에게 고함치던 제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부모의 기대가 아이를 짓누를 때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저는 아이를 '골목대장' 스타일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운동장으로 끌고 나가 캐치볼을 했죠. 아이는 공을 무서워했고 번번이 놓쳤지만, 저는 "남자가 이 정도 공도 못 받으면 어떡해!"라며 윽박질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아빠의 사랑이 아니라, 제 어린 시절 콤플렉스를 아이에게 투영한 것이었습니다.영화 속 비버도 똑같은 압박을 받습니다. 형 윌리(Wally)가 미식축구팀에서 활..
당신 자녀는 오늘 학교에서 정말 괜찮았을까요? 영화 을 보고 나서야 저는 처음으로 그 질문이 무섭다는 걸 알았습니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전선 코팅 작업을 해온 아버지 프랭크가 홀로 자식들을 찾아다니며 마주한 진실은, 제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진 구겨진 수학 시험지와 정확히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부모의 기대가 만들어낸 '완벽한 거짓말'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는 그냥 잔잔한 가족 드라마겠거니 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자식들을 보러 기차를 탄다는 설정이 뭐 그리 대수롭겠냐고요. 그런데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심장 쪽으로 파고들었습니다.프랭크는 아들이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Conductor)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지휘자란 오케스트라 전체를 이끄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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