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펑펑 울고 있는데 "빨리 털고 일어나"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그래왔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을 보고 나서야,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조급함이었는지를 뼈저리게 알게 됐습니다.배구팀의 심장을 잃은 날, 그들은 어떻게 됐나웨스트 고등학교 배구팀은 아이오와 주에서 손꼽히는 강팀이었습니다. 그 중심엔 팀의 세터(Setter)이자 주장인 캐롤라인 파운드가 있었죠. 여기서 세터란 배구에서 공격수에게 공을 올려주는 핵심 포지션으로, 팀의 모든 공격 루트를 설계하는 사실상의 사령탑 역할을 합니다. 그 사령탑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팀은 말 그대로 무너졌습니다.저도 비슷한 감각을 압니다. 제 아이가 10년 넘게 키우던..
이와테현 오쓰치정 언덕 위에는 실제로 선이 연결되지 않은 전화기가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설치된 이 전화기에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이 찾아와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몇 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한 번도 제대로 울지 못했던 그 밤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연결되지 않은 선이 열어주는 것영화 속 소녀 하루는 쓰나미로 부모님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습니다. 그리고 히로시마의 이모 집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죠. 하루가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는 설정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애도 유예(grief postponement)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여기서 애도 유예란 상실의 충격이 너무 커서 감정을 처리하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삶의 의무라고 믿으셨나요? 저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믿음을 조용히 흔들었습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가 데뷔 무대를 버리고 사라진 이유가 단순한 도망이 아니라, 죽어간 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 그 진실이 뼈아프게 다가온 것은 제가 직접 겪은 상실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천재는 왜 데뷔 무대를 버렸는가1951년 런던.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 도비들의 데뷔 콘서트(debut concert)를 보기 위해 사회 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데뷔 콘서트란 신인 연주자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서는 무대로, 연주자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도비들은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35년 후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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