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밥과 집이라고 믿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1997년작 영화 는 그 착각을 산산조각 냅니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이중의 비극 속에서도 열한 살 소녀 엘렌은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짐을 싸서 문을 두드립니다. 캐이 기번스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핏줄이 아닌 다른 언어로 다시 정의합니다.자기 구원 — 구원자를 기다리지 않은 아이피해자성(victimhood)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피해자성이란, 자신이 처한 불행을 외부 탓으로만 귀결하며 수동적으로 머무르는 심리적 상태를 뜻합니다. 엘렌은 이 피해자성의 함정을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아버지의 주먹을 피해 교사 줄리아의 집에 잠시 몸을 맡기고, 법정에서는 판사에..
아동학대 사건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도왔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두 아이의 부모로서 이런 영화들이 유독 마음에 깊이 박힙니다. 2019년 개봉한 '어린 의뢰인'은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요. 일반적으로 실화 기반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과장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오히려 실제 사건보다 순화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길거리에서 우는 아이를 그냥 지나친 경험이 있기에,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습니다.범죄자보다 무서운 것, 방관자효과영화 속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로펌 면접에서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마주합니다. 키티 제노비스 사건이란 1964년 뉴욕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38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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