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출소한 마약 중독자 엄마의 이야기라길래, 저는 뻔한 구원 서사를 각오하고 켰습니다. 그런데 2006년 독립영화 는 그 예상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제 마음속에 남은 건 셰리가 아니라, 제가 한때 아이에게 했던 차가운 말들이었습니다.새벽 화장실에서 본 아이의 뒷모습40대 가장으로 살던 시절, 저는 스스로를 꽤 합리적인 아버지라고 믿었습니다. 아이가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성적이 떨어졌을 때, 저는 기회를 줬습니다.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저는 그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을 '요구'했다는 게 맞겠군요.며칠 뒤 이불속에서 몰래 게임을 하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 저는 폰을 바닥에 내..
스무 살 가을, 어머니가 시장 일을 마치고 곧장 버스를 타고 제 자취방 앞에 나타나신 날이 있었습니다. 양손에 김치통과 밑반찬 봉지를 한가득 들고서요. 저는 그날 어머니를 반기기는커녕 동기들 앞에 들킨 제 '초라한 밑바닥'이 부끄러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영화 결백을 보고 나서야, 그 기억이 이렇게까지 오래 저를 괴롭히는 이유를 알았습니다.고향을 지운 사람들, 추인회와 정인의 닮은 꼴영화 결백은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정인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살인 혐의를 벗기기 위해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법정 장면보다 정인이 고향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 무기력해 보이는 어머니, 자폐를 가진 동생. 그녀는 그 전부를 ..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학교와 집에서의 이중생활을 이해하려 할 때"라고 답하겠습니다. 직장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제 모습과 집에서 엄마로서의 모습이 다르듯, 아이 역시 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바로 이 지점을 킬러라는 극단적 직업과 엄마라는 역할 사이의 괴리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전도연 배우가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액션을 선보이며, 동시에 17세 딸을 둔 평범한 학부모로 살아가는 이중생활의 갈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전도연의 액션 연기와 한국형 누아르의 완성도영화 길복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전도연 배우의 액션 연기입니다. 수성펜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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