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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잠재력을 다 끌어내라"고 다그친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그런데 영화 <아이 엠 포텐셜(I Am Potential, 2015)>을 보고 나서, 제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선천성 희귀 질환으로 두 눈이 멀고 사지를 제대로 펼 수조차 없었던 패트릭 헨리 휴즈와,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대학 마칭 밴드 대열에 합류한 그의 아버지 패트릭 존 휴즈. 두 사람의 실화는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가슴을 건드렸습니다.
부성애의 민낯 — 미화 없이 날것으로
영화 속 패트릭 존 휴즈는 처음부터 헌신적인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미식축구를 사랑하는 그가 꿈꿨던 건 아들과 캐치볼을 하는 평범한 미래였습니다. 1988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아들 패트릭 헨리는 선천성 무안구증(Anophthalmia)과 관절구축증(Arthrogryposis)을 동시에 안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선천성 무안구증이란 안구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희귀 질환을 말하고, 관절구축증이란 태아기 때부터 관절이 굳어 자유로운 움직임이 불가능한 선천성 장애를 뜻합니다. 두 가지 모두 발병률이 극히 낮은 복합 장애였습니다.
제가 이 장면들을 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좋은 아버지'를 그릴 것이라 짐작했는데, 오히려 존이 무너지는 장면, 아내와 갈등하는 장면, 아들 곁을 지키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장면을 먼저 꺼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척추측만증(Scoliosis) 수술을 반복해야 하는 아들 곁에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차를 팔고, 결국 야간 공항 수화물 하역 아르바이트까지 뛰는 존의 모습은 그 어떤 대사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척추측만증이란 척추가 옆으로 비정상적으로 휘어지는 질환으로, 앉아서 생활하는 패트릭 헨리에게는 반복 수술이 불가피한 평생의 과제였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아이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을 때 부모가 처음으로 하는 반응은 대개 '어떻게 고칠까'입니다. 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술 가능성을 쫓아다니며 병원 문을 두드렸죠. 하지만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확정 소견을 받은 뒤, 어느 날 밤 아들이 피아노 건반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반응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 찰나, 존의 시선이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국립 희귀 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관절구축증의 유병률은 출생아 3,000명 중 1명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National Organization for Rare Disorders(NORD)).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존과 패트리샤가 마주한 현실이 얼마나 낯설고 준비 없는 것이었는지입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포기라는 단어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 선천성 무안구증(Anophthalmia): 안구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희귀 질환, 완전 시각장애로 이어짐
- 관절구축증(Arthrogryposis): 태아기부터 관절이 굳어 사지 운동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선천성 장애
- 척추측만증(Scoliosis): 척추가 비정상적으로 측면으로 휘는 질환, 휠체어 생활자에게 특히 반복 수술 필요
- 패트릭 헨리 휴즈는 이 세 가지 복합 장애를 모두 안고 태어났으며, 피아노·트럼펫 연주자로 성장함
잠재력이란 무엇인가 — 마칭 밴드가 준 답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잠재력(Potential)'이라는 단어를 저는 오랫동안 '남들이 알아주는 성과를 낼 능력'이라는 뜻으로만 사용해 왔습니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틀리거나 태권도 학원에서 뒤처지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왜 넌 남들 다 하는 것도 제대로 못 해?"라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죠. 그러다 어느 날 아이의 책상을 무심코 들여다봤는데, 수학 공식 대신 수백 번 접었다 편 흔적이 역력한 작고 정교한 종이 동물들이 하나의 동물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제가 정해놓은 기준 밖에서, 아이는 이미 자기만의 세계를 묵묵히 짓고 있었던 겁니다.
패트릭 헨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피아노를 시작한 뒤 지역 자선 모금 행사인 크루세이드(Crusade for Children)에서 자작곡을 연주해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이후 고등학교 마칭 밴드에 트럼펫 연주자로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마칭 밴드(Marching Band)란 행진 동선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며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단체 편성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연주자가 직접 걸으며 대열을 이뤄야 하는 활동입니다. 휠체어를 탄 연주자에게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이었죠.
담당 선생님은 규정상 마칭 밴드 참가 없이는 팝 밴드(Pep Band) 입단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뜻을 꺾고 싶지 않았던 존은 결국 회사 승진 제안을 거절하고, 야간 공항 하역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낮 동안 아들의 휠체어를 직접 밀기로 결심합니다. 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존이 마칭 밴드 동선을 통째로 외우고, 박자에 맞춰 무거운 휠체어를 밀며 아들의 트럼펫 연주를 완성해 낸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렬한 순간이었습니다.
루이빌 대학교 마칭 밴드 측은 패트릭 헨리를 위해 기꺼이 대열 동선을 수정하고, 그를 정식 단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례는 미국 내 장애 학생의 교육 통합(Inclusive Education) 실천 사례로 여러 매체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출처: University of Louisville). 교육 통합이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교육 환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제 경우엔 그날 아이 방에서 종이 동물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옆에 앉아 서투른 손으로 함께 접으며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이에게 "왜 못 해"라는 말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묻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영화 속 존이 걷는 아들을 꿈꾸다가 결국 아들의 두 다리가 되어준 것처럼, 부모의 역할이란 아이를 내 기준에 맞추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남다른 결을 믿고 그 곁에 서 있는 일임을 뒤늦게 배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 엠 포텐셜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 맞습니다. 1988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패트릭 헨리 휴즈와 그의 아버지 패트릭 존 휴즈의 실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합니다. 패트릭 헨리는 선천성 무안구증과 관절구축증을 안고 태어났지만 피아노와 트럼펫 연주자로 성장해 루이빌 대학교 마칭 밴드의 정식 단원이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실화라는 걸 믿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Q. 아버지 패트릭 존 휴즈는 왜 승진을 거절한 건가요?
A. 출장이 잦아지는 승진을 수락하면 아들의 마칭 밴드 연습에 직접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의 휠체어를 밀기 위해서는 모든 연습에 함께해야 했고, 복잡한 행진 동선도 통째로 외워야 했습니다. 존은 개인 커리어보다 아들 곁에 있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었고, 대신 야간 공항 하역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Q. 관절구축증이 있으면 악기 연주가 가능한가요?
A. 관절구축증은 관절이 굳어 운동 범위가 제한되는 장애이지만, 그 정도와 부위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패트릭 헨리의 경우 손가락 움직임이 가능했고, 그것이 피아노와 트럼펫 연주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다리 대신 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악기와 관계를 맺었고, 영화에서도 "할 수 없는 것 대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Q. 마칭 밴드에 장애인 학생이 참여한 사례가 더 있나요?
A. 미국에서는 교육 통합(Inclusive Education) 원칙에 따라 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루이빌 대학교 마칭 밴드가 패트릭 헨리를 위해 대열 동선을 수정하고 받아들인 것은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 사례를 처음 접했을 때, 제도가 사람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결론
영화 <아이 엠 포텐셜>이 남긴 건 "장애를 극복한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져온 건, 극복이 아니라 방향 전환의 이야기였습니다.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는 대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 길을 앞에서 끌어주는 대신 뒤에서 묵묵히 밀어주는 어른의 모습. 저는 그 장면을 보고 나서, 아이 방에 쌓인 종이 동물들을 쓰레기통 대신 제 책상 위에 올려뒀습니다.
정리하면,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한 지지는 "더 잘해"가 아니라 "나는 네 편이야"일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육아 방식이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한 번쯤 되짚어보고 싶다면, 원작 실화 인물인 패트릭 헨리 휴즈의 공식 사이트나 루이빌 대학교 마칭 밴드 관련 자료를 함께 찾아보시면 영화의 감동이 한층 더 깊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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