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며칠째 밥도 안 먹고 방 안에서 훌쩍거리고 있었습니다. 단짝 친구가 이사를 갔다는 이유 하나였는데, 저는 사흘을 버티다 결국 "사내자식이 쪼잔하게 친구 하나 이사 갔다고 언제까지 질질 짤 거야"라는 말을 뱉고 말았습니다. 1970년대 산동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을 뒤늦게 보면서,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 돌덩이였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여민이라는 아이 — 가난이 키운 조숙한 도덕률영화의 주인공 백여민은 초등학교 3학년, 열 살이 채 안 된 아이입니다. 기성회비를 못 내 담임에게 손찌검을 당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동네 골목대장에게 찍혀 패싸움에 휘말린 친구 흑제비를 대신해 맨주먹을 날립니다. 그러면서도 학교가 끝나면 아이스케키를 팔아 돈을 항아리에 모읍니다. 목표는 단 하나, 한쪽 눈이..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세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제가 영화 한 편 때문에 그 믿음을 완전히 내려놓게 됐습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2017년작 은 시리아 난민 문제를 다루면서도 눈물 한 방울 짜내지 않고, 오히려 무표정한 웃음 사이로 가장 묵직한 인간 연대의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놓는 영화입니다.무뚝뚝한 환대 — 거창한 선의 없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제가 40대 가장으로 살아온 시간 동안, 저는 꽤 단단한 울타리를 쳐두고 있었습니다. 길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을 마주치면 아이의 손을 꽉 잡고 반대편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나라에서 다 알아서 할 일이야"라는 말을 아이에게 단호하게 내뱉으면서, 그게 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
당신은 지금 가족에게 제대로 된 말 한마디 건네고 있습니까? 영화 을 보기 전까지 저는 '묵묵히 돈 버는 것'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얼마나 가족을 숨 막히게 해왔는지,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켄자부로의 처연한 뒷모습이 뼈아프게 일깨워줬습니다.켄자부로의 영국 방랑, 그 뒷모습이 왜 이렇게 아플까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십니까?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임종의 순간 앞에서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굳어버리는 느낌. 켄자부로가 딱 그렇습니다.영화는 간단한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중년의 소설가 켄자부로는 아내 아키코와의 결혼기념일에 수산시장에서 문어 한 팩을 슬쩍 집어 들고 단골 초밥집으로 향합니다. 그 초밥집은 젊은 시절 아키코와 처..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중에'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몰랐습니다. 영화 는 하루라는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루프 설정을 통해, 익숙함에 눈이 멀어 소중한 사람을 당연하게 여긴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판타지라는 껍데기 안에 아주 현실적인 죄책감과 후회가 가득 채워져 있는 멜로 영화입니다.줄거리와 명장면: 반복되는 하루가 보여준 것성공한 비즈니스맨 이안(Paul Nicholls 분)은 연인 사만다(Jennifer Love Hewitt 분)를 분명히 사랑하지만, 늘 일이 먼저입니다. 그녀의 졸업 연주회를 잊어버리고, 서운해하는 사만다에게 변명만 늘어놓다가 결국 두 사람은 심하게 다툽니다. 혼자 택시에 오른 사만다는 그 길로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고, 이안은..
머릿속이 복잡하고 지쳐있을 때, 영화 한 편이 뼈아픈 반성문이 되는 경험을 해보셨습니까. 저는 200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 를 보고, 40대 가장으로서 제가 얼마나 옹졸한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해왔는지 낯이 뜨거워졌습니다. 납관사(納棺師)라는 직업을 통해 죽음과 삶, 그리고 진짜 존엄이 무엇인지를 조용하고 묵직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납관사라는 직업 앞에서 무너진 편견혹시 지인이 "나 요즘 납관사로 일한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솔직히 저는 예전이라면 표정 관리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 다이고가 딱 그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냅니다.첼리스트로 도쿄에서 활동하던 다이고는 소속 악단이 갑작스럽게 해체되면서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습니다. 큰 빚을 안고 아내 미카와 함께 고..
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그냥 까칠한 노인의 성장 코미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화면 속 오베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제 얼굴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잃고 직장마저 잃은 한 남자가 삶을 포기하려다 이웃들에게 번번이 방해받는 이야기, 그게 저한테는 꽤 뼈아픈 거울이었습니다.번아웃이라는 진짜 이름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의 오베는 그냥 민폐 주민처럼 보입니다. 아침마다 동네를 돌며 자전거가 비뚤게 세워져 있으면 직접 치워버리고, 외부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면 달려가 삿대질을 해댑니다. 처음 볼 때는 '저런 이웃이 있으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그런데 저는 한때 제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이 영화를 보며 다시 깨달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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