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라 불리던 개가 사실은 가장 순수한 존재였다면, 그렇다면 진짜 야수는 누구였을까요. 2013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화 〈벨과 세바스찬〉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스크린 속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때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편견이라는 이름의 야수 — 벨과 세바스찬이 드러낸 것영화는 1945년 프랑스 알프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양 떼를 물어 죽인다는 소문이 도는 거대한 떠돌이 개, 마을 사람들은 총을 들고 그 개를 추적합니다. 그런데 꼬마 세바스찬만은 달랐습니다. 진흙을 뒤집어쓴 그 개의 눈동자에서 위협이 아닌 무언가를 본 것입니다. 세바스찬은 그 개에게 '벨(Belle)'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흙먼지를 씻어내자 눈부..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아들에게 '남자답게'를 강요하며 그 아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외면했습니다. 영화 를 보다가 제 꼴을 발견하고서야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1984년 영국 탄광 마을의 이야기가 어떻게 40대 한국 아버지의 뒤통수를 이렇게 세게 칠 수 있는지,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성별 편견이라는 중력, 그리고 아들 앞에서의 제 민낯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버지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사회가 만들어 놓은 남성상'을 복사하여 아이에게 붙여 넣으려는 충동에 시달리는 자리였습니다. 중학생 아들이 축구나 태권도에는 영 흥미를 보이지 않고, 아이돌 댄스 영상을 보거나 혼자 그림을 그릴 때마다 저는 혀를 찼습니다. "사내자식이 뭘 그런 걸 좋아해"라는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말이..
아이에게 "비슷한 환경의 친구랑 어울려라"고 말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1999년에 개봉한 배리 레빈슨 감독의 영화 를 보고 나서야,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편견이었는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깨달았습니다. 1954년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어른들이 쳐놓은 인종과 계급의 경계선을 가뿐히 넘어버리는 두 형제의 이야기입니다.어른들이 세운 편견의 벽 — 아이들은 왜 그 선을 몰랐을까영화의 배경인 1950년대 볼티모어는 '데 유어 세그리게이션(De Jure Segregation)', 즉 법률에 의한 인종분리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던 시절입니다. 쉽게 말해, 수영장이나 공공시설 앞에 "유대인, 유색인종, 개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아무렇지 않게 걸려 있던 시대였습니다. 이 영화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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