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버리는 것이 과거를 버리는 것과 같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버리지 못하고 살까요. 저는 40대 중반에 서재를 정리하다가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습니다. 손에 쥔 낡은 다이어리 한 권이 갑자기 10킬로그램짜리 돌덩이처럼 느껴지던 그 순간, 영화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영화가 보여주는 집착의 민낯2010년 개봉한 영화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중년 남성의 실패담을 꽤 불편할 정도로 정직하게 그려냅니다. 16년간 헌신한 회사에서 해고당한 날, 집에 돌아온 주인공 닉을 반기는 것은 굳게 잠긴 현관문과 잔디밭에 낱낱이 펼쳐진 자신의 살림살이였습니다. 안락의자, 턴테이블, 골프채, 낡은 잡지더미. 아내는 닉이 집에 없는 사이 계좌를 동결하고 집을 나가버렸고, 닉은 결국 그 잔디밭에서 먹고 자는 처지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틀어놓은 오피스 코미디 한 편이 40대 중간 관리자인 저를 이렇게 뜨겁게 찌를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꼬장꼬장한 노장 앵커 마이크 포메로이가 저 자신과 겹쳐 보였고,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나는 직장에서, 집에서 지금 어떤 어른으로 살고 있는가."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권위의식이라는 함정저도 처음엔 그게 문제인 줄 몰랐습니다. 40대 중반에 팀장이 된 뒤부터, 저는 어느새 회의실에서 팔짱을 끼고 앉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젊은 후배들이 SNS 마케팅 아이디어를 꺼내거나,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기획안을 들고 오면, 저는 속으로 제가 10년 전에 이끌었던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떠올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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